이 글은 김성현 대표 이사가 벤처스퀘어에 기고한 글입니다.
지난 8일 주식회사 펀슬립(FunSleep)은 기술신용평가 전문기관인 나이스 평가정보로부터 상위 기술기업에 부여되는 'TI-3' 등급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펀슬립의 빅데이터 기반으로 코골이 수면무호흡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슬립 테크 기술은 상위 3단계에 해당하는 TI-3 등급을 획득하여 우수한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TI-3 등급은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기술심사 통과 등급으로 코스닥 상장 조건을 갖춘 기업을 의미한다.
지난달 "ABC, 투자용 기술신용평가 'TI-3' 등급 획득"이라는 기사의 주어만 손본 것이다. 기사가 사실이라면, 1년 정도 뒤에 주식회사 ABC는 기술특례상장을 하겠네. 프리 IPO(pre-IPO) 중인지 상장 준비 상황은 어떤지 인터넷을 뒤져서 정보를 찾아본다. '어라, 이상하네. 최근에 시리즈 A를 마친 것 같은데...', '아직 IPO를 할 단계가 아닌데' 어리둥절해져서 1~2년 전 TI-3 등급을 획득했다는 다른 기업의 기사들도 찾아본다. '뭐야. 여기는 얼마 전에 액셀러레이터한테서 프리 A 받았네', '이게 무슨 기술특례상장 통과 등급이라는 거야? 말도 안돼'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기술신용평가 TI-3 등급 획득 기사들>
그렇다. 기술신용평가 TI-3 등급을 받은 기업에게 기술특례상장은 아직 먼 얘기다. 필자가 구글링을 통해서 추적해 본 결과 이런 유형의 기사는 2020년 7월 모 기업의 보도 자료로부터 시작된 것 같다. 오리지널을 찾았다. 그때부터 "TI-3는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기술심사 통과 등급으로 코스닥 상장 조건을 갖춘 기업을 의미한다"라는 문장이 반복해서 사용되고 있다.
기업 홍보 목적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지만, 거짓되고 왜곡된 정보가 정직하고 순진한 어느 대표의 그릇된 의사결정을 만들어낼 수 있다. 선량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바로잡아 주고 싶다. 혹시 독자 중에 기술신용평가를 앞두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결과 해석을 잘못하지 않도록 도와드리겠다. 초보 엔젤 투자자나 경력이 얼마 되지 않은 신입 또는 주니어 심사역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술신용평가(TCB)는 2014년 7월부터 도입된 제도다.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기업에게 보다 좋은 조건의 여신(융자나 대출)을 지원하고자 하는 취지, 즉 기업신용평가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었다. 기술 기업의 신용만 평가해가지고는 좋은 등급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의 주요 사업 중 하나였다. TI 등급으로 평가하는 '투자용 기술신용평가'는 2015년 12월에 모델 개발을 마치고 2016년 상반기부터 비로소 시작되었다.
<TI 기술평가 등급 구분>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TI 등급 평가 결과에 관한 보도 기사가 많아졌다. 정부에서 특정 사업을 추진하면서 늘 함께하는 그것 때문이다. 활성화 정책 때문이다. 성장사다리 펀드 내 기술금융 투자펀드 등의 경우 투자 금액의 80%를 TI-5 등급 이상 기업에 투자하도록 한 것 때문이다. 이른바 주목적 투자 대상이라고 한다. 그래서 해당 펀드 운용사로부터 투자를 받으려는 기업은 무조건 투자용 기술신용평가를 받아야 한다. 본래 활성화라는 게 이런 것이다.
투자용 기술신용평가는 어디에서 받을 수 있고, 비용은 얼마인지 궁금할 것이다. 구글 창을 열어서 '기술신용평가'라고 한 번 쳐보자. 기술보증기금, 나이스디앤비, 나이스평가정보, 이크레더블, 한국평가데이터 등과 같은 곳이다. 평가 비용은 150만원(VAT 별도)이다.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다시 활성화를 위해서 나라에서 평가 비용을 지원한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에서 기업부설연구소 보유를 조건으로 VAT를 제외한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기술특례상장용 기술평가와 비교해 보면 어떨까. 기술특례상장용 기술평가의 경우 평가비용은 1500만원이고, 평가 기간은 6주이다. N기관의 경우 100 페이지 내외의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투자용 기술신용평가의 경우 150만원을 받고, 5영업일동안 평가한다. 동일한 기관의 경우 보고서 분량을 24 페이지 내외로 제시하고 있다. 평가에 참여하는 인력은 어떻게 다를까. 기술특례상장용 기술평가의 경우 해당 기술 분야 박사, 변리사, 경제학/경영학 박사, 회계사, 기술사 등이 포함된 최소 4인 이상의 팀이 담당한다. 현장 평가도 2회 이상한다. 투자용 기술신용평가의 경우 전문연구원 1인이 평가를 담당한다. 어떤 기관은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전문연구원의 평가 결과를 통계 모델의 평가 결과와 25%: 75%의 비율로 가중 결합하여 평가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에는 평가항목을 자세하게 비교해 보자. 기술특례상장용 기술평가의 경우 표준모델 도입 이전의 평가항목을 기준으로 설명하겠다. 대항목은 기술성과 시장성 2가지로 구성된다. 기술성은 다시 기술의 완성도, 기술의 경쟁우위도, 기술 인력의 수준의 중항목(3)으로, 시장성은 기술제품의 상용화 수준, 기술제품의 시장규모 및 성장 잠재력, 기술제품의 시장 경쟁력의 중항목(3)으로 나뉜다. 반면, 투자용 기술신용평가의 경우 경영역량, 기술성, 시장성, 사업성의 4가지 대항목으로 평가를 진행한다. 세부적으로, 경영역량의 경우 기업가 정신과 신뢰, 최고경영자, 경영진을 중항목(3)으로, 기술성의 경우 기술개발현황, 기술개발능력, 기술혁신성, 기술자립도 및 확장성, 기술보호성을 중항목(5)으로, 시장성의 경우 시장현황, 경쟁상황, 제품경쟁력을 중항목(3)으로, 사업성의 경우 사업능력, 향후전망을 중항목(2)으로 두고 있다.
<투자용 기술신용평가 항목>
비교 결과가 이러한데, “TI-3 등급이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기술심사 통과 등급”이라는 얘기는 어떻게 나온 걸까? 필자의 예상에는 투자용 기술신용평가 등급과 기술특례상장용 기술평가 등급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나란히 놓고 비교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순서만 보면 투자용 기술신용평가의 TI-3등급이 기술특례상장용 기술평가의 A등급과 같은 위치라는 이유로 말이다. 그러나 등급이 갖는 의미는 엄연히 다르다. TI-3등급은 '우수한 기술력과 성장잠재력이 양호한 시장을 바탕으로 미래 성장잠재력이 우수한 수준'이라고 정의한다. 반면에 A등급은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기업으로 장래 환경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수준'이라고 정의한다. 굳이 비교하자면, 초등학교 전교 1등과 고등학교 전교 1등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한 꼴이 아닐까 싶다.
TI-1등급이나 TI-2 등급은 그래도 좀 다르지 않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찾아봤다. TI-1등급은 보지 못했다. 지난 1년간 TI-2 등급을 받은 기업은 꽤 많았다. 앤톡, 비아이매트릭스, 트위니, 두물머리, 힐스로보틱스, 디토닉, 긴트, 에이엔폴리, 페스카로, 애니펜, 엠투엠테크, 옴니어스, 와이젯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 경우에는 "TI-2 등급은 중소기업에서 취득할 수 있는 사실상 최상위 등급", "TI-4 등급부터는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요건에 해당"과 같은 표현을 기사에서 많이 쓰고 있다. 사실상 최상위 등급이라는 말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마치 TI-4 등급을 BBB 등급과 동급인 것처럼 왜곡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기까지 기술신용평가 TI-3 등급의 진실에 대해서 알아봤다. 이 글을 끝까지 읽었다면 누군가가 "TI-3는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기술심사 통과 등급으로 코스닥 상장 조건을 갖춘 기업을 의미한다"라고 얘기하더라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냉정함 유지에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
이 글은 김성현 대표 이사가 벤처스퀘어에 기고한 글입니다.
지난 8일 주식회사 펀슬립(FunSleep)은 기술신용평가 전문기관인 나이스 평가정보로부터 상위 기술기업에 부여되는 'TI-3' 등급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펀슬립의 빅데이터 기반으로 코골이 수면무호흡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슬립 테크 기술은 상위 3단계에 해당하는 TI-3 등급을 획득하여 우수한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TI-3 등급은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기술심사 통과 등급으로 코스닥 상장 조건을 갖춘 기업을 의미한다.
지난달 "ABC, 투자용 기술신용평가 'TI-3' 등급 획득"이라는 기사의 주어만 손본 것이다. 기사가 사실이라면, 1년 정도 뒤에 주식회사 ABC는 기술특례상장을 하겠네. 프리 IPO(pre-IPO) 중인지 상장 준비 상황은 어떤지 인터넷을 뒤져서 정보를 찾아본다. '어라, 이상하네. 최근에 시리즈 A를 마친 것 같은데...', '아직 IPO를 할 단계가 아닌데' 어리둥절해져서 1~2년 전 TI-3 등급을 획득했다는 다른 기업의 기사들도 찾아본다. '뭐야. 여기는 얼마 전에 액셀러레이터한테서 프리 A 받았네', '이게 무슨 기술특례상장 통과 등급이라는 거야? 말도 안돼'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기술신용평가 TI-3 등급 획득 기사들>
그렇다. 기술신용평가 TI-3 등급을 받은 기업에게 기술특례상장은 아직 먼 얘기다. 필자가 구글링을 통해서 추적해 본 결과 이런 유형의 기사는 2020년 7월 모 기업의 보도 자료로부터 시작된 것 같다. 오리지널을 찾았다. 그때부터 "TI-3는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기술심사 통과 등급으로 코스닥 상장 조건을 갖춘 기업을 의미한다"라는 문장이 반복해서 사용되고 있다.
기업 홍보 목적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지만, 거짓되고 왜곡된 정보가 정직하고 순진한 어느 대표의 그릇된 의사결정을 만들어낼 수 있다. 선량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바로잡아 주고 싶다. 혹시 독자 중에 기술신용평가를 앞두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결과 해석을 잘못하지 않도록 도와드리겠다. 초보 엔젤 투자자나 경력이 얼마 되지 않은 신입 또는 주니어 심사역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술신용평가(TCB)는 2014년 7월부터 도입된 제도다.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기업에게 보다 좋은 조건의 여신(융자나 대출)을 지원하고자 하는 취지, 즉 기업신용평가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었다. 기술 기업의 신용만 평가해가지고는 좋은 등급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의 주요 사업 중 하나였다. TI 등급으로 평가하는 '투자용 기술신용평가'는 2015년 12월에 모델 개발을 마치고 2016년 상반기부터 비로소 시작되었다.
<TI 기술평가 등급 구분>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TI 등급 평가 결과에 관한 보도 기사가 많아졌다. 정부에서 특정 사업을 추진하면서 늘 함께하는 그것 때문이다. 활성화 정책 때문이다. 성장사다리 펀드 내 기술금융 투자펀드 등의 경우 투자 금액의 80%를 TI-5 등급 이상 기업에 투자하도록 한 것 때문이다. 이른바 주목적 투자 대상이라고 한다. 그래서 해당 펀드 운용사로부터 투자를 받으려는 기업은 무조건 투자용 기술신용평가를 받아야 한다. 본래 활성화라는 게 이런 것이다.
투자용 기술신용평가는 어디에서 받을 수 있고, 비용은 얼마인지 궁금할 것이다. 구글 창을 열어서 '기술신용평가'라고 한 번 쳐보자. 기술보증기금, 나이스디앤비, 나이스평가정보, 이크레더블, 한국평가데이터 등과 같은 곳이다. 평가 비용은 150만원(VAT 별도)이다.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다시 활성화를 위해서 나라에서 평가 비용을 지원한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에서 기업부설연구소 보유를 조건으로 VAT를 제외한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기술특례상장용 기술평가와 비교해 보면 어떨까. 기술특례상장용 기술평가의 경우 평가비용은 1500만원이고, 평가 기간은 6주이다. N기관의 경우 100 페이지 내외의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투자용 기술신용평가의 경우 150만원을 받고, 5영업일동안 평가한다. 동일한 기관의 경우 보고서 분량을 24 페이지 내외로 제시하고 있다. 평가에 참여하는 인력은 어떻게 다를까. 기술특례상장용 기술평가의 경우 해당 기술 분야 박사, 변리사, 경제학/경영학 박사, 회계사, 기술사 등이 포함된 최소 4인 이상의 팀이 담당한다. 현장 평가도 2회 이상한다. 투자용 기술신용평가의 경우 전문연구원 1인이 평가를 담당한다. 어떤 기관은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전문연구원의 평가 결과를 통계 모델의 평가 결과와 25%: 75%의 비율로 가중 결합하여 평가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에는 평가항목을 자세하게 비교해 보자. 기술특례상장용 기술평가의 경우 표준모델 도입 이전의 평가항목을 기준으로 설명하겠다. 대항목은 기술성과 시장성 2가지로 구성된다. 기술성은 다시 기술의 완성도, 기술의 경쟁우위도, 기술 인력의 수준의 중항목(3)으로, 시장성은 기술제품의 상용화 수준, 기술제품의 시장규모 및 성장 잠재력, 기술제품의 시장 경쟁력의 중항목(3)으로 나뉜다. 반면, 투자용 기술신용평가의 경우 경영역량, 기술성, 시장성, 사업성의 4가지 대항목으로 평가를 진행한다. 세부적으로, 경영역량의 경우 기업가 정신과 신뢰, 최고경영자, 경영진을 중항목(3)으로, 기술성의 경우 기술개발현황, 기술개발능력, 기술혁신성, 기술자립도 및 확장성, 기술보호성을 중항목(5)으로, 시장성의 경우 시장현황, 경쟁상황, 제품경쟁력을 중항목(3)으로, 사업성의 경우 사업능력, 향후전망을 중항목(2)으로 두고 있다.
<투자용 기술신용평가 항목>
비교 결과가 이러한데, “TI-3 등급이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기술심사 통과 등급”이라는 얘기는 어떻게 나온 걸까? 필자의 예상에는 투자용 기술신용평가 등급과 기술특례상장용 기술평가 등급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나란히 놓고 비교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순서만 보면 투자용 기술신용평가의 TI-3등급이 기술특례상장용 기술평가의 A등급과 같은 위치라는 이유로 말이다. 그러나 등급이 갖는 의미는 엄연히 다르다. TI-3등급은 '우수한 기술력과 성장잠재력이 양호한 시장을 바탕으로 미래 성장잠재력이 우수한 수준'이라고 정의한다. 반면에 A등급은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기업으로 장래 환경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수준'이라고 정의한다. 굳이 비교하자면, 초등학교 전교 1등과 고등학교 전교 1등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한 꼴이 아닐까 싶다.
TI-1등급이나 TI-2 등급은 그래도 좀 다르지 않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찾아봤다. TI-1등급은 보지 못했다. 지난 1년간 TI-2 등급을 받은 기업은 꽤 많았다. 앤톡, 비아이매트릭스, 트위니, 두물머리, 힐스로보틱스, 디토닉, 긴트, 에이엔폴리, 페스카로, 애니펜, 엠투엠테크, 옴니어스, 와이젯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 경우에는 "TI-2 등급은 중소기업에서 취득할 수 있는 사실상 최상위 등급", "TI-4 등급부터는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요건에 해당"과 같은 표현을 기사에서 많이 쓰고 있다. 사실상 최상위 등급이라는 말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마치 TI-4 등급을 BBB 등급과 동급인 것처럼 왜곡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기까지 기술신용평가 TI-3 등급의 진실에 대해서 알아봤다. 이 글을 끝까지 읽었다면 누군가가 "TI-3는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기술심사 통과 등급으로 코스닥 상장 조건을 갖춘 기업을 의미한다"라고 얘기하더라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냉정함 유지에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